20명의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이 문을 통해 조선으로 향했다. 그 중 12명이 순교했다. 작지만 큰 문이다.   (Missions Etrangères de Paris,  Paris France)

20명의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이 문을 통해 조선으로 향했다. 그 중 12명이 순교했다. 작지만 큰 문이다.  
(Missions Etrangères de Paris,  Paris France)

제작의도

지난 2015년 5월 명동성당에서 하이든의 ‘십자가상의 칠언’을 연주하게 된 계기로 고찬근 주임신부님을 뵙게 되었다. 신부님께서 명동성당의 역사에 대해 말씀해주시던 중 건립 시 사용한 벽돌이 초대교회 박해시기에 순교하신 프랑스 신부님들이 한국순교자들과 함께 묻히셨던 장소의 흙으로 구워진 것이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유년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낸 나에게는 이 말씀이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 사실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마침 2016년이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도 하여 프랑스 신부님들의 순교를 기리는 헌정 다큐멘터리와 음반제작에 착수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한국 성당 역사 전문가 프랑소와즈 뷔즈렝(Francoise Buzelin) 선생님과 한국에서 40년간 봉사하신 홍세안(Michel Roncin)신부님들을 만나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역사를 알게 되었는데, 엄청난 고통의 박해와 순교를 불사하신 프랑스 외방전교회 소속 열두 분 신부님들이 계셨기에 이 땅에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고 한국 사회에 천주교가 깊이 뿌리 내리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극한의 상황에서도 신앙을 붙들고 위대한 작품을 인류에게 남긴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과 젊음을 남김없이 바치고 장렬하게 순교하신 열두 분의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신부님들. 그분들의 삶이 현재를 살고 있는 나에게 깊고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또한 ‘나는 음악가로서 어떻게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져준 성찰의 계기가 되었고, 뜻을 함께 하신 많은 분들의 수고와 더불어 이 음반과 다큐멘터리가 탄생한 것이다. 신부님들이 처형당해 묻히신 땅의 흙으로 구워진 벽돌로 세운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후, 그분들께 헌정하는 메시앙의 실황연주가 녹음된 그 순간의 영적인 연결이 벽돌사이사이에서 잔향처럼 살아 전달되기를 바란다.

 

이 프로젝트가 순조로이 진행되도록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명동성당의 고찬근 주임신부님과 후원으로 함께 해주신 플라톤 아카데미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김대현 감독님, 프랑소와즈 뷔즈렝(Francoise Buzelin), 홍세안(Michel Roncin) 신부님, 명동성당과 파리 외방전교회 관계자 분들 그리고 연주로 참여하신 올리비에 샤를르에(Olivier Charlier), 엠마뉘엘 슈트로세(Emmanuel Strosser), 채재일 교수님, 이강민 지휘자님과 명동성당 합창단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첼리스트 양성원